
선의로 보낸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원자들
여러분, 혹시 기부금을 내고 나서 “내가 낸 돈이 정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착한 마음에 후원했는데, 나중에 그 돈이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뉴스를 보면 배신감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경우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나눔의집’ 후원금 반환 사건에서 나온 법원 판결이 이 질문에 중요한 답을 내놨습니다. 오늘은 88억 원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2억 원만 위안부 할머니들께 지원한 사건, 그리고 그 판결이 우리 기부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마음을 담아 보낸 후원금, 어디로 간 걸까 |
2020년 5월, 한 후원자 이씨의 삶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TV 뉴스를 보다가 자신이 수년간 후원해온 ‘나눔의집’의 충격적인 실상을 알게 된 겁니다.
이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편안한 노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또 그분들의 증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정성스럽게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할머니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죠.
그런데 감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눔의집은 수년간 88억 원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정작 할머니들의 생활비와 의료비로 사용된 금액은 고작 2억 원 남짓. 나머지 대부분은 향후 노인요양사업을 위한 ‘법인 유보금’이라는 명목으로 그냥 쌓아만 두고 있었던 겁니다.
할머니들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계셨습니다. 후원자들의 따뜻한 마음은 정작 할머니들께 닿지 못했던 거죠.
이씨를 비롯한 23명의 후원자들은 분노했습니다. “우리가 낸 돈, 돌려달라!” 후원금 반환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 법원의 판단, 1·2심의 냉정함 |
그런데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은 차가웠습니다. 후원자들 전원 패소.
법원은 이렇게 봤습니다. “후원은 자발적인 증여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쓰일 거라는 기대는 단순한 ‘동기’일 뿐, 계약의 핵심 내용은 아니에요. 그리고 나눔의집이 처음부터 속일 의도로 후원금을 모은 게 아니라면, 사기로 볼 수도 없습니다.”
법률적으로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민법 제109조에 따르면 ‘의사표시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데, 법원은 후원금 사용 목적을 ‘중요 부분’으로 보지 않았던 거죠.
이 판결을 받은 후원자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선의로 낸 돈인데, 그 돈이 약속과 다르게 쓰였는데도 법은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허탈함. 많은 후원자들이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달랐습니다. 혼자서라도 끝까지 싸워보기로 한 겁니다.
| 대법원의 반전, 역사를 바꾼 판결 |

대법원이 기부자 보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024년 8월, 대법원은 놀라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건을 파기환송한 겁니다.
대법원 2024다206760 판결의 핵심은 이겁니다:
“후원자가 인식한 후원금의 사용 목적과 용도는 단순한 ‘동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후원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나눔의집이 표시한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있다면, 이는 착오에 해당합니다. 후원자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후원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가 샤일록에게 “살점은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선 안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법은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 아닌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그런 시선으로 이 사건을 본 겁니다.
2025년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나눔의집에게 이씨에게 155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5년간의 긴 싸움 끝에, 혼자서 끝까지 버틴 이씨가 마침내 승소한 겁니다.
| 기부금 반환, 꼭 알아야 할 법률 포인트 |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 착오에 의한 취소 (민법 제109조): 기부금 사용 목적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고, 그것이 계약의 중요 부분이라면 계약을 취소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눔의집 판결이 이 길을 열어준 겁니다.
-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민법 제110조): 처음부터 속일 의도로 기부금을 모았다면 사기로 취소 가능합니다. 다만 ‘고의적 기망’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의사무능력: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기부는 무효입니다. 단, 기부 당시에 의사능력이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 부담부 증여의 불이행: “이 돈으로 장학금을 주세요”처럼 특정 의무를 조건으로 한 기부인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는 반환이 어렵습니다:
- 단순 변심: “그냥 마음이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증여 계약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 입증 실패: 위의 사유들을 입증할 책임은 모두 기부자에게 있습니다.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기부금품법 위반만으로는 부족: 단체가 등록 없이 기부금을 모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민사상 반환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 만두귀 변호사의 실전 조언 |
수많은 사건을 다뤄보면서 느낀 건데요, 기부금 문제는 법률 이전에 ‘신뢰’의 문제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30.1%에 달하고, 기부 의향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부는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연대의 표현인데, 일부 단체의 불투명한 운영이 기부 문화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기부금 반환 소송은 이기기 정말 어렵습니다. 입증 책임이 무겁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눔의집 사건도 5년이 걸렸고, 23명이 시작했지만 끝까지 간 사람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겁니다:
첫째, 예방이 최선입니다. 기부하기 전에 꼭 확인하세요. 한국가이드스타,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시스템 등에서 단체의 재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단체를 선택하세요.
둘째, 기부금 영수증과 사용 내역 보고서를 꼭 챙기세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들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의심이 들면 빨리 행동하세요.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10년,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넷째, 혼자 싸우지 마세요. 나눔의집 사건처럼 집단소송으로 시작하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다른 후원자들과 연대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소송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먼저 해당 단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관할 관청(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에 신고하고, 언론에 알리는 등의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때로는 공론화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법보다 먼저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는 것, 그것이 소송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하지만 정말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그때는 법이 여러분의 편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로는요.

법보다 먼저 신뢰와 협상, 하지만 필요하다면 법이 여러분을 지켜줍니다
| 도움받을 수 있는 곳혹시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요,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아래 기관에 연락해보세요. 전문가들이 도와드릴 겁니다.대한법률구조공단: 132 / http://www.klac.or.kr – 무료 법률상담 및 소송 지원한국소비자원: 1372 / http://www.kca.go.kr – 소비자 피해 상담 및 분쟁 조정국민권익위원회: 110 / http://www.acrc.go.kr – 공익법인 관련 민원 상담행정안전부 기부금품 모집 신고: http://www.mois.go.kr – 기부금품법 위반 신고 |
오늘도 소송 없는 세상을 꿈꾸며, 하지만 정의가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착한 마음이 배신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싸움은 말리고, 협상은 압도하는 만두귀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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